햇수로 5년째 키우고 있는 올리브나무가 있다. 처음 들였을 때 발목 높이까지 오던 유묘가 무럭무럭 자라나 이젠 나의 허벅지 중간쯤까지 온다는 걸 알아챘을 때,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놀란 마음과 동시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제법 멋지게 자라난 나무를 보고 있자니 문득 나무의 수형을 잘 잡아보겠다며 한창 가지치기를 해주던 때가 떠올랐다.
어느 정도 나무가 자란 이후부터 유독 한 가지가 빠르게 뻗어나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지 끝에 양쪽으로 가지눈이 생겨나며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그것을 보면서 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작은 감탄을 내뱉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동그랗고 예쁜 올리브나무로 키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나무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로는 다른 가지들과 같은 속도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에 그 부분을 가지치기하기 시작했고, 햇빛이 잘 드는 날에는 더디게 자라는 가지들이 더 강한 햇빛을 더 오래 쬘 수 있도록 화분을 돌려놓곤 했다. 잘 자라는 가지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너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 나는 어쩔 수 없다!’며 이게 나무를 위한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올리브나무는 굴하지 않고 그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를 계속 뻗어냈고, 점점 굵어지면서 마치 ‘나는 이렇게 자라야겠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듯했다. 그의 의지에 나는 가위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이 가지가 바로 우성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멋지게 자라지 않아도 괜찮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마음으로 올리브나무를 돌봐왔다.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주고, 바람이 통하게 창문을 열어주고, 마른 잎은 없는지 살폈다. 그 과정에서 더는 나무의 모양이 중요하지 않았고, 점점 굵어지는 나무의 가지를 보면서 ‘이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성장 우위를 점하는 가지
그러던 어느 날, 화분들을 들여다보던 중 올리브나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으로만 가지가 나와서 못난이 나무가 되면 어쩌나, 그쪽만 너무 무거워져서 가지가 부러져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무는 나름대로의 중심을 향해 새로운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냈고, 몇 년이 흐른 후 보니 꽤나 멋진, 자기만의 모양을 만들어가며 자라나고 있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동그랗고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자유분방하면서도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가지를 중심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올리브나무. 이 나무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떻게 자라 있을지 기대가 된다.
2025년 1월, 뉴질랜드로 떠나는 나의 마음도 어쩌면 이 올리브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호기심은 아무리 잘라내도, 조금만 천천히 자라나자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뻗어나가 결국은 그곳에 다녀오는, 그것을 해보는 시간으로 나를 이끄는 것 같다. 그곳에서, 그것을 하는 나는 그 안에서 어떤 균형과 멋짐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기대감을 품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본다. |